여러분, 고등어 좋아하시나요? 고소하게 구워 먹어도 좋고, 찌개에 넣어도 딱이죠! 그런데 이 고등어의 90%를 책임지는 대형선망업계가 지금 큰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배를 바꾸고 더 큰 배로 교체하려 해도 규제라는 ‘큰 파도’에 막혀버렸습니다. 오늘은, 이 대형선망업계의 현실을 좀 더 생생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배가 너무 낡아서 요즘은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가슴이 덜컹합니다.
30년 넘은 배로 고등어를 잡으러 가는 건, 칼날 위를 걷는 심정이에요.”
현장에서 만난 한 선장은 이 한마디로 업계의 현실을 요약했습니다. 그는 선박이 작아 선원들의 휴식 공간조차 변변치 않다며, 잠을 청할 때는 “이불을 말아 누워야 겨우 공간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7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만선의 꿈을 품고 출항하는 대형선망수협 배들.
ⓒ부산일보DB
실제 대형선망업계의 현황부터 살펴볼까요? 대형선망 어선은 현재 108척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30년 넘게 된 노후 선박이에요. 새로 만든 배는 고작 6척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배 크기까지 129t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니 선원들의 휴식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죠.
이로 인한 더 큰 문제는 안전입니다. 작고 오래된 배는 복원력이 약해 전복 사고의 위험도 커집니다. 제주 해역에서 발생한 금성호 침몰 사고를 보면, 배가 조금 더 컸다면 이런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 장관이 제주 사고 해역을 방문했을 때, 한 실종자 가족은 “그동안 몇 번이나 증톤을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왜 들어주지 않다가 이제 와서 인재라고 하느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죠.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은 조업 환경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규제를 완화해 업계 경쟁력을 높이고 선원 복지와 안전을 강화했습니다. 허용 톤수를 199t으로 높인 덕분에 더 넓은 작업 공간과 쾌적한 휴게 시설을 갖춘 선박이 도입되었고, 이는 신규 인력 유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129t에 묶여 있어 낡고 협소한 배로 버티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은 증가하고, 젊은 세대는 배를 타는 걸 기피하게 됐습니다. 결국, 일본과의 경쟁에서도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어선이 노후화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환경 규제입니다. 내년부터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중고 선박에도 대기오염물질 규제가 강화됩니다. 문제는 대형선망업계가 영세해서 일본에서 값싼 중고선을 사다 쓰고 있다는 거예요. 새 배를 만들려면 150억 원이 드는데, 일본 중고선은 15억~20억 원이면 되니 차이가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이제는 규제를 만족하는 중고선도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국민 생선으로 사랑 받는 고등어.
ⓒ부산일보DB
“규제를 맞춘 중고선도 없고, 새 배는 꿈도 못 꾸니 갈 길이 막막하다”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여기서 나옵니다. 결국, 배를 새로 만들 돈도 없고, 중고선을 들여오기도 힘들어지면서 대형선망업계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 24개였던 선단은 현재 17개로 줄었고, 내년에는 감척 사업으로 2개 선단이 더 줄어들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박 톤수 제한을 높이는 방안이 가장 먼저 거론됩니다. 허용 톤수가 늘어나면 선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복지와 안전시설을 강화하면 신규 선원도 유입될 수 있겠죠. 한 수산업 전문가는 “TAC(총허용어획량제도)로 어획량은 이미 충분히 관리되고 있으니, 배 크기 제한을 완화해도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7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만선의 꿈을 품고 출항한 대형선망수협 배들.
ⓒ부산일보DB
선망업계는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저감 장치를 설치하거나, 중고 선박을 수입할 때 규제를 일부 완화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미 감척 사업을 통해 환경 정책에 협조해 온 만큼, 이런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여러분, 바다는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대형선망업계는 단순히 고등어를 잡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계속된다면, 이들의 경쟁력은 더 약해지고 결국 고등어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제는 대형선망업계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제도와 정책이 필요합니다. 작은 파도는 넘을 수 있어도, 큰 파도는 함께 막아야 합니다. 여러분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 식탁에 고등어가 계속 올라올 수 있겠죠?
ⓒ이상배
이상배
부산일보 해양수산부 기자
부산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며 올해 해양수산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세탁비는 이야기로 받습니다, 산복빨래방』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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