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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뉴스타파] “대통령 윤석열을 증인 신청합니다” 휴대폰 불법 압수수색, 디넷 저

by Jigton GAL 2024.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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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윤석열을 증인 신청합니다” 〈주간 뉴스타파〉 - YouTube

 

 

지난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 사건은 언론이 대선 후보자의 자격을 검증 보도했을 때, 과연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다투는 역사적인 재판이 되었다. 그래서 뉴스타파는 이번 재판을 '뉴스타파 대 윤석열 사건'이라 부르기로 했다.  
첫 재판에서 뉴스타파 측 피고인(김용진 대표, 한상진 기자)은 명예훼손 피해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현직 대통령을 형사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늘 <주간 뉴스타파>는 첫 공판에서 벌어진 진풍경을 전하고, 앞서 검찰이 기자들을 상대로 벌인 불법적인 압수수색 사실도 고발한다.

 

준비부터 첫 공판까지 4회 연속 판사에게 혼난 검찰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21부, 허경무 재판장)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요지에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앞서 열린 세 번의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허 재판장은 "공소장에 윤 대통령 명예훼손과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 많다"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낱낱이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결국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렇게 세 번의 준비 기일이 끝나고 드디어 본 재판이 시작됐다. 
첫 공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요약한 프레젠테이션(PPT) 발표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판사는 도저히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재판 시작 18분 만에 재판을 중단했다. 검사가 사건 피고인의 전과를 굳이 낭독할 필요가 없는데도 굳이 낭독한 것 등은 결국 방청석에 있는 기자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 아니냐면서, 잠시 휴정을 결정했다. 우리 법정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휴정이 끝난 뒤, 검찰은 프레젠테이션을 포기해야만 했다. 쉬는 시간에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살펴본 허 재판장이 발표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피해자 윤석열'을 첫 증인으로 신청  

 

뉴스타파 측 피고인들은 첫 공판 전날, 윤석열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증인 신청서에는 ▲ 명예훼손 사건은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반의사불벌죄로, 대통령이 직접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재판이 진행될 수 없단 점 ▲ 윤 대통령은 2011년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로서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 무마 의혹의 직접 당사자라는 점 등이 신청 이유로 적혔다.
검찰은 재판이 시작된 지금까지도 ‘피해자 윤석열’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안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처벌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식의 비약적인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만약 재판 도중에 윤 대통령이 처벌하지 말라는 의사를 밝히면, 재판은 그 즉시 '공소 기각'으로 끝난다. 10여 명의 검사로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대대적인 언론인 압수수색과 수만 명 통신 조회까지 감행한 검찰이 한순간에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다. 

 

검찰 공소장 뒤집는 새로운 쟁점 나왔다

 

검찰은 수사 초반에는 대출 브로커 조우형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 의 수사 대상은 부산저축은행이 불법적으로 운영한 차명 SPC(특수목적법인, 주로 부동산 시행사)들로 한정됐단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2023년 10월 6일에 <대검 중수부의 수사 대상 75번은 조우형 회사였다>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검 중수부가 공개한 수사 대상 리스트의 75번 '더뮤지엄양지'가 바로 조우형이 운영한 차명 SPC였다는 점을 밝히자, 검찰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 관계자들은 당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이날 재판에서 뉴스타파 측 신인수 변호사는 조우형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의 임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2023년 10월 16일자 뉴스타파 기사 <부산저축은행 협력자들 줄줄이 처벌...조우형은 왜 빠졌을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 변호사의 브리핑을 귀 기울여 듣던 허경무 재판장은 "지금 뉴스타파 측에서 발표하신 내용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들과도 상당히 배치가 된다. 앞으로 재판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쟁점이 된 것이다. 

 

조우형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부산저축은행 차명 SPC 관계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목록으로 정리했다. 대검 중수부는 조우형을 피의자로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 '기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사실상 탈취

 

뉴스타파는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기자들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불법적으로 파악한 사실을 폭로했다. 한상진 기자를 비롯한 3명의 기자들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수사관이 내 휴대전화 잠금 해제 패턴을 몰래 훔쳐봤다"고 증언했다. 피압수자의 동의 없이 사실상 비밀번호를 탈취한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2 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진술거부권)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 기술적인 방법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할 수는 있지만, 비밀번호 제공을 강요하거나 탈취해선 안 되는 것이다. 

 

원칙 무시하고 휴대전화 원본 압수

 

압수한 휴대전화를 돌려준 시점도 제각각이었다.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열흘 안에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기자들이 검찰로부터 휴대전화를 돌려받는 데는 평균 94일이 걸렸다. 또 검찰이 운용하는 디지털 수사정보시스템 디넷(D-net)의 존재가 이번 사건으로 확인됐다. 기자들의 휴대전화 정보를 압수한 뒤, 아무런 고지도 하지 않고 통째로 디넷에 저장했다가 뒤늦게 발각된 것이다. 
검찰이 1년 간의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를 통해 밝힌 것은 기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아니었다. 오히려 검찰은 그들이 오랫동안 죄의식 없이 해왔던 불법 압수수색의 행태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검찰 수사는 끝났지만, 재판은 이제 시작됐다. '뉴스타파 대 윤석열'의 법정 공방은 대한민국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 될 것이다.  

 

 

 

 

 

 

 

검찰, 경향신문 기자 휴대전화도 통째 '디넷' 저장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들을 수사·기소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특별수사팀)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경향신문 A 기자의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대검찰청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디넷’)에 통째로 저장해 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만 압수·수색·수집하고 나머지는 모두 삭제해야 하는 규정이 특별수사팀 수사 과정에서 깡그리 무시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26일 경향신문 A 기자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특별수사팀이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에게 압수한 휴대전화를 돌려주고 ‘전자정보 삭제·폐기 또는 반환 확인서’(삭제폐기반환확인서)를 교부한 바로 당일, 해당 휴대전화에 담긴 전자정보 전체를 통째로 재압수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피압수자인 봉지욱 기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특별수사팀이 뉴스타파 기자 2명(김용진 대표, 한상진 기자)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법원에 제출한 증거 기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증거 기록에는 압수수색을 당한 기자들에게 교부한 삭제폐기반환확인서 등이 들어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6월부터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과정을 통해 검찰 특별수사팀이 벌인 각종 불법 수사 행태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관련 기사:
서울 중구에 위치한 경향신문 본사 ⓒ연합뉴스

경향신문 A 기자 업무용 휴대전화, 대검 서버에 통째로 저장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10월 26일 경향신문 A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A 기자는 취재원 연락처, 통화 기록, 메시지 등이 모두 담겨 있는 업무용 휴대전화를 뺏겼다. 
A 기자가 검찰로부터 받은 삭제폐기반환확인서를 보면, '(경향신문 A 기자 소유의) 아이폰 사본이미지는 주임검사의 지휘에 따라 법원 검증용으로 별도 보관함'이라고 적혀 있다. A 기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대검 서버 ‘디넷’에 업로드했다는 말이다.
'사본이미지'는 휴대전화 등 원본 저장매체를 통째로 복제한 파일이다. 
지난 1월 16일 경향신문 A 기자가 검찰로부터 받은 휴대전화(애플 스마트폰 A2105)에 대한 전자정보 삭제·폐기 또는 반환 확인서. A 기자 휴대전화를 그대로 복제한 ‘사본 이미지’를 검찰이 별도 보관한다고 돼 있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이 수사 대상인 기자들의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무단 복제해 ‘디넷’에 저장한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3월 뉴스버스 보도를 통해서다. 특별수사팀이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를 압수수색해 손에 넣은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당사자인 이진동 대표의 동의 없이 ‘디넷’에 올린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 (아래 사진)
뉴스버스는 이진동 대표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입수한 ‘목록에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지휘서’(검사 수사 지휘서)를 공개하며 "수사와 관련 없는 정보들이 대검 서버에 업로드된 화면을 확보했다”, "당사자 몰래 휴대전화 정보 전체를 대검 서버에 별도 저장‧관리하는 식으로 검찰이 불법 사찰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이렇게 획득한 정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한다"고 보도했다. 
이진동 대표는 불기소처분을 받은 뒤인 지난 8월 19일, 검찰의 불법 사찰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이 불법 수집한 전자정보의 당사자들은 자신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조차 모를 겁니다. 불법 수집 정보를 검찰이 어떻게 활용했는지까지 국정조사를 통해 낱낱이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 휴대전화에 대한 검찰의 '목록에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지휘서'. 휴대전화 전자정보 전체를 복제해 등록 저장하고 보존하라고 돼 있다. ⓒ뉴스버스

삼성 이재용 회장도 ‘검찰 디넷’ 문제로 1심 무죄 받아

‘디넷’ 관련 논란은 그동안 여러 번 제기돼 왔다. 주로 검찰이 ‘디넷’에 보관된 불법 수집 증거를 별건 수사에 활용한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4월 대법원이 위법 수집 증거를 이유로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고 판결한 검찰 공무원의 수사 기밀 누설 사건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18년 12월,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원주시청 간부 조 모 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하면서 조 씨의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디넷’에 불법 보관했다. 그리고 이렇게 보관한 증거를 바탕으로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검찰 서기관 강 모 씨의 수사 기밀 누설 혐의를 수사·기소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최초 영장 집행이 종료돼 당연히 폐기돼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수사여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여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도 같았다. 검찰이 해당 범죄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인 소위 ‘장충기 문자’를 수사에 활용한 게 문제가 됐다. ‘장충기 문자’는 2016년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던 것으로 폐기됐어야 할 증거다. 검찰은 특검 수사가 끝난 뒤 ‘장충기 문자’ 등 장 전 사장의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통째로 대검찰청 디넷에 저장‧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관 정보 폐기했다면서...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 휴대전화 전자정보 재압수

지난 8월 13일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는 압수됐던 휴대전화(애플 스마트폰(A1387) 및 유심 사본이미지)를 돌려받는 날 아무런 통보 없이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통째로 재압수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29일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은 봉 기자에게 압수했던 휴대전화를 돌려주면서 전자정보 삭제폐기반환확인서를 교부했다. ‘포렌식을 통해 선별 작업을 마친 전자정보 원본은 모두 대검 서버에서 삭제한다’는 내용이 적힌 문서였다.   
그런데 같은 날 검찰은 봉 기자에게 삭제폐기반환확인서를 교부하면서 새로운 압수목록교부서를 같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교부서에는 삭제폐기 후 반환한 휴대전화(애플 스마트폰(A1387) 및 유심 사본이미지)가 압수 목록에 다시 들어 있었다. 봉 기자의 이름이나 서명도 없는 문서였다.  
지난 1월 29일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가 받은 애플 A1387 휴대전화에 대한 전자정보 삭제·폐기 또는 반환 확인서.
지난 1월 29일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가 받은 압수목록 교부서. 애플 스마트폰(A1387)에 대한 전자정보 삭제·폐기 또는 반환 확인서를 봉 기자에게 준 날, 검찰은 같은 휴대전화에 들어 있는 전자정보를 재압수했다며 이 문서를 봉 기자에게 전달했다. 
정리하면, 검찰이 봉 기자에게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모두 삭제했다며 확인서까지 전달해놓고, 해당 휴대전화의 사본이미지를 당사자 몰래 재압수한 것이다. 봉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런 설명 없이 삭제폐기반환확인서를 교부할 때 압수목록을 슬쩍 끼워줬기 때문에 당시에 불법 압수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기 힘들었어요. 법률이 아닌 대검 예규 따위로 피의자의 전자정보를 검사 마음대로 전체 저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

검찰, “대검 예규에 따라 적법” 주장.. 하지만 예규 자체가 위헌

뉴스버스 보도로 ‘디넷’ 논란이 제기된 이후 검찰은 줄곧 “적법한 수사여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 측이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사례가 잦아 불가피하게 전체 원본 파일을 보관할 수밖에 없다”, “대검 예규를 근거로 자료를 수집·보관하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했다.
검찰이 말한 대검 예규는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이다. 여기엔 ‘법정에서 디지털 증거 재현이나 검증을 위해 이미지 파일 보관을 요청할 수 있다(37조 1항)’, ‘관련성 있는 사건에서 증거 사용이 예상되면 디지털 증거를 폐기하지 않을 수 있다(54조 2항)’ 같은 조항이 들어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 내부 지침에 불과해 구속력이 없는 대검 예규가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에는 ‘수사기관이 강제력을 행사할 때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대검 예규는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다. 2022년 대법원은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정보를 그대로 보관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압수한 후에도 그와 관련이 없는 나머지 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면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 대법원 2021모1586 결정 (2022. 1. 14.)
‘법원의 싱크탱크’라 불리는 사법정책연구원 또한 혐의 무관 정보는 영장 수집 허용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저장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한다. 사법정책연구원 박병민 연구책임자는 연구위원(판사)은 2021년 3월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경찰 내규에는 별건 정보가 포함된 이미징 복제본 전부를 보관할 수 있게 한 규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형사소송법에 ‘압수목록에서 제외된 정보를 지체없이 폐기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뉴스타파 본사,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한상진 기자· 봉지욱 기자 주거지 압수수색 현장 사진 모음. 

예규 개정한다고 하지만… '원본 통째 저장’은 여전히 위헌

최근 검찰은 ‘디넷’ 관련 대검 예규를 개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걸로 전해진다. 지난 9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서다. 한겨레는 ‘공판 검사가 법정에서 증거 입증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전체 이미지 파일에 접근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을 검찰이 대검 예규에 새로 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주임검사 등의 요청으로 디넷에 보관된 자료를 삭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대검이 직권으로 삭제하도록 예규를 개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대검 예규를 개정하면서도 ‘전자정보 전체이미지(복제본) 디넷 보관’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대검 예규를 손보는 것과 상관없이 헌법 위반, 영장주의 위반 지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대검 예규를 개정하든 안 하든, ‘디넷’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예외가 원칙이 된 '윤석열 명예훼손' 압수수색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에 명시된 각종 원칙과 기준을 어긴 채 수사를 진행해 온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검찰은 ‘현장 증거 선별’ 원칙을 무시했고, 압수한 휴대전화 등 저장매체를 10일 안에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언론인 5명의 경우 압수수색을 당하고 평균 94일이 지나서야 휴대전화 등 저장매체 원본을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부터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으로 명명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수사 과정에서 불법, 탈법 행태를 확인해 연속 보도하고 있다. 법원이 압수수색을 허락하지 않은 뉴스타파 기자 자택에서의 노트북·이메일 수색, 역시 영장 범위를 벗어난 무관 정보 수집, 피압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전체 전자정보 무단 압수, 불법적인 휴대전화 잠금장치(비밀번호) 압수 등 사례다.
지난해 12월 6일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자택 압수수색 당시 모습. 

휴대전화는 무조건 반출… 유명무실해진 ‘현장 선별’ 원칙

현행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전자정보를 압수수색 할 때 가능한 압수수색 현장에서 압수와 압수대상물 선별 절차를 마쳐야 한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에는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에 대해 아래와 같은 ‘원칙’이 기재돼 있다.
“저장매체의 소재지에서 수색·검증 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범위를 정하여 문서로 출력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복사하는 방법으로 압수할 수 있음.”
압수수색검증영장 별지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 일부
정리하면, 압수수색이 벌어진 곳에서 압수·선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압수수색 방식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 예외는 두 단계로 설명돼 있다.
1. 저장매체 소재지에서 하드카피·이미징 등 형태로 반출하는 경우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복제하는 원칙적 압수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저장 매체에 들어 있는 전자 파일 전부를 하드카피·이미징하여 그 복제본을 외부로 반출할 수 있다

2. 저장매체의 원본 반출이 허용되는 경우
위 1. 사항에 따라 집행 현장에서 저장매체의 복제본 획득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 집행현장에서의 하드카피·이미징이 물리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극히 곤란한 경우 ② 하드카피·이미징에 의한 집행이 피압수자 등의 영업활동이나 사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침해하는 경우 ③ 그 밖에 위 각 호에 준하는 경우)에 한하여 피압수자 등의 참여 하에 저장 매체의 원본을 봉인하여 저장매체의 소재지 이외의 장소로 반출할 수 있다. 
 압수수색검증영장 별지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 일부
휴대전화 같은 저장매체를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현장에서 휴대전화 포렌식을 할 수 없다”, “포렌식 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휴대전화를 상습적으로 압수·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팀은 언론인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아예 ‘압수물 현장 선별’을 위한 포렌식 장비를 가져오지도 않았다. ‘압수물 현장 선별’ 원칙을 지킬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9월 14일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 자택 압수수색 당시 모습.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팀, 장비도 없이 ‘무원칙’ 압수수색

이런 사실은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 자택 압수수색 당시 뉴스타파가 촬영한 영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한 기자는 지난해 9월 14일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압수물인 휴대전화 반출 문제를 두고 한 기자와 한 기자의 변호인이 검찰수사관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수사관이 먼저 한 기자에게 "휴대전화를 현장에서 포렌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검찰에 가져가 포렌식 한다는 사실을 고지받았다고 서명하라"고 말한다. 이에 한 기자의 변호인이 "압수수색 시 통상 휴대전화를 통째로 (검찰청으로) 가져가는지" 묻자, 수사관이 "네"라고 답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휴대전화 같은 저장매체의 외부 반출’이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법원 규정에 대한 얘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한 기자와 같은 날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전 JTBC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검사는 “혐의 관련 전자정보만을 선별 압수수색해 달라”는 봉 기자의 요구를 거부하고 봉 기자 소유의 휴대전화 3대를 압수해 검찰청으로 유출했다. 봉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사와 수사관도 휴대전화 포렌식 장비를 지참하지 않았다.
심지어 봉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사와 수사관들은 봉 기자 소유 휴대전화에 있는 이 사건과 무관한 정보를 수사관 휴대전화로 무단 촬영했다. 봉 기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집에서 그냥 포렌식을 해서 가져가면 되는데 검찰이 그게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결국 휴대전화 3대를 다 가져갔죠. 수사관이 저희 집 식탁에 앉아 뉴스타파 기자들이 취재 보고를 올리는 SNS 대화방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이 과정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습니다. (중략) 포렌식 과정에서도 100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 열어서 모든 장면을 캠코더로 촬영했습니다."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
지난해 12월 6일 압수수색을 당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도 비슷했다. 김 대표는 “검사와 수사관에게 필요한 키워드를 말하면 검색해서 나온 결과를 임의제출 하겠다”고 했지만 묵살됐다고 한다. 검찰이 “휴대전화 원본을 검찰청으로 가져가겠다”고 고집했다는 것이다. 검사와 수사관이 “분석 장비를 가져올 수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해서 가져가라 그러니까 '장비가 없다. 그걸 이제 가지러 가서 오면 여기까지 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제 그 장비를 가지고 여기서 포렌식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1박 2일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러면서 휴대폰을 가져갔습니다."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이런 식의 ‘무원칙’ 압수수색은 지난해 경향신문 기자,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법원이 세운 ‘현장 선별 압수’ 원칙이 무시되고, ‘압수물 외부 유출’이라는 극히 예외적인 규정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규정인양 악용된 것이다.

원칙은 ‘휴대전화 압수 후 10일 이내 반환’... 실상은 평균 94일 걸려

‘압수한 휴대전화 같은 저장매체 원본을 10일 안에 피압수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원칙도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4개 언론사(경향신문, 뉴스타파, 뉴스버스, 리포액트) 소속 언론인 5명의 압수물 반환 시점을 확인해 보니, 압수일로부터 휴대전화를 돌려받기까지 평균 94일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폰 등 저장매체 반환 시점은 검사가 임의로 정해 모두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압수자인 피의자들이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막대한 지장이 초래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법원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에서 발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에 첨부한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 문서. 원본 반출일로부터 10일 이내에, 복제본 획득 후 즉시 기기를 반환하라고 돼 있다.
지난해 9월 14일 압수수색으로 휴대전화를 빼앗긴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는 ‘압수물 선별’(포렌식)이 끝나고 62일이 지난 11월 22일에야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경향신문 기자,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도 비슷했다. 이들 5명의 기자가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때는 압수수색을 당한 날을 기준으로 평균 94일이나 됐다. 법원 규정인 10일보다 10배 가까이 긴 시간이었다. 휴대전화 포렌식을 한 날을 기준으로 봐도 62일이나 됐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4개 언론사 기자 5명의 압수 휴대전화 복제·반환 시점. 법원이 정한 ‘10일 이내 반환’을 지킨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뉴스타파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침해됐다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명예훼손’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사기관이 체포·구속·압수·수색을 벌일 때는 사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헌법 규정(제12조와 제16조)을 무시했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가 그 자체로 불법이란 지적이다.

 

제작진
취재 이명선
영상 정형민 김기철 신영철
편집 정애주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웹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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