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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산업과 서호주의 지속가능어업(1) - 수산업 이야기, 락랍스터, 전복어업, 거버넌스 관리 | 못 생긴 게 어때서! 못난이 수산물 비즈니스 - 일본 피슬레, 밀키트

by Jigton GAL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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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산업과 수산업

  얼마 전 모 학회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6차 산업과 수산업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덕분에 모든 1차 산업의 오랜 숙제이면서도 쉽지 않은 컨셉인 6차 산업에 대해서 오랜만에 곰곰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6차 산업이란 1차, 2차, 3차 산업을 연계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6차 산업을 수산업에 접목해 본다면 지역의 어민이나 어업공동체에서 생산·어획한 수산물을 직접 제품화하고 유통·판매, 더 나아가 교육, 체험 같은 연계형 컨텐츠 비즈니스까지 확장할 수 있겠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어촌지역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부분에서 어업의 지속가능성의 확보한다는 맥락과 같다고도 볼 수 있겠다. 

 

  수산업에서 1차 산업은 어업이나 양식을 의미한다. 최근 트렌디한 MZ세대 어업인들은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어획·생산 활동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어획·양식 과정에서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식의 어업활동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의 중요성을 알리고 소비자들은 그러한 과정을 간접 체험하고 공감함으로써 더욱 자신들의 선택과 소비활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2차 산업으로 분류되는 가공단계 즉 제품화하는 단계에서는 이렇게 지속가능하게 생산된 원료가 안전하게 가공되어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품질관리, 식품안전, 이력추적시스템 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한다.

  다음 단계인 3차 산업에서는 스토리텔링이 더욱 더 강조된다. 생산자는 소비자를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직접 확보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도·소매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유통·판매까지 직접 관장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더욱 풍부한 스토리를 찾고 있다. 신선하고 특색 있는 지역 수산 원물, 역사와 문화가 있는 지역 요리법에 열광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소비 트렌드는 브랜드나 쉐프가 어느 지역 출신이냐는 것도 구매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와 컨텐츠들이 소비자들을 생산 지역으로 직접 와서 체험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며 6차 산업으로 도약하게 되는 발판이 된다. 또한 소비자들은 지역 방문을 기반으로 한 공감과 학습을 통해 더욱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6차 산업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되려면 공유재인 지역의 자원, 생태, 역사, 문화 등을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거버넌스가 만들어져야 하고 그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주기적이고 효과적으로 공유재를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MSC와 지속가능어업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MSC)는 지속가능어업을 위해 만들어진 거버넌스이다. 현재 다양한 어업과 어업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어촌 지역 발전을 위한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6차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바다의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며, 지역 경제와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MSC 에코라벨(국문)                     ⓒMSC 한국사무소 제공

 

 

  MSC의 한국대표로서 나는 그 동안 소위 6차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성공사례를 다양한 나라에서 볼 기회가 많았다. 이러한 경험들은 어촌은 외지고 어업은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이라는 나의 편견을 완전히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본 칼럼을 통해 MSC의 지속가능어업 중 6차 산업화하는데 통찰을 줄 수 있는 사례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스마트한 서호주의 락랍스터 어업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서호주의 락랍스터(Rock Lobster, 닭새우) 어업이다. 서호주 주도인 퍼스의 남서쪽 프리멘틀이라는 소도시에 락랍스터 산업 클러스터가 있어서 호주 어업 담당자와 방문한 적이 있는데 어항과 어선이 정말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매캐한 석유 냄새나 시커먼 연기 같은 것은 아예 찾아 볼 수도 없었다. 어부들은 대부분 젊었고 매우 지성적이었다. 심지어 의사 면허증이 있는 어부도 있었는데 어업 시즌에는 병원 업무와 조업을 2~3일씩 번갈아 하는 투잡러도 있었다. 

 

 

서호주 락랍스터 어업클러스터 입구                                                                 ⓒ서종석

 

 

  그들은 일도 스마트하게 했다.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소비자들이 백오브보트(Back of Boat)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조업 전 선주문을 하고, 이에 따라 조업에 나갈 때 미리 목표 어획량을 설정한다. 또한, 피시아이(Fish Eye)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잡은 랍스터의 이력추적이 가능할 뿐 아니라 쿼터량 대비 어획량 계산도 자동으로 기록된다. 

 

 

 스마트폰으로 락랍스터를 선주문하고 항구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서종석

 

 

  항구 옆에는 씨푸드 레스토랑들이 있는데 너무나도 깨끗하고 쾌적했다. 항구 특유의 비린내와 선박 연료 냄새가 없어서 음식도 더 신선하고 맛있게 느껴졌다. 

 

 

 프리멘틀 항구의 옆 테라스 식당                                                                      ⓒ서종석

 

 

 

 

 

서호주의 전복어업의 6차 산업

  다음으로 소개할 서호주의 전복 어업은 미식, 체험, 관광 등 6차 산업 컨텐츠를 지역 커뮤니티와 잘 연계한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전복어업 브랜드 중 하나인 레어푸즈(Rare Foods)는 애비탯(ABITAT)이라는 특수 제작된 인공어초를 바다에 설치한 후 치패를 뿌려 놓는데 그린립(Green Lip)이라고 불리는 고부가가치 전복이 이곳에서 2~3년간 자연산 해조류를 먹으며 자란다. 이후 유럽 등지에서 지원해 온 백여 명의 젊은 다이버들이 매주 3일 정도 전복을 맨손 채취한다.

 

 

 서호주 전복어업 브랜드 Rare Foods와 Ocean Pantry 와인       ⓒ서종석

 

 

  이 전복 어업은 6차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비즈니스를 겸하고 있는데 해저 약 20M 깊이, 약 400 헥타르 면적에 10,000개의 애비탯을 와인셀러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름하여 ‘오션셀러(Ocean cellar)’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숙성된 화이트와인은 풍미와 향기가 뛰어나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지역의 와이너리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서호주의 지속가능어업 거버넌스

  락랍스터, 전복 어업 뿐만 아니라 서호주 전체 어업 중 90% 이상이 MSC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지속가능어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MSC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MSC 표준에는 이러한 부분이 평가 항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서호주에서는 초기에 선도적인 어업들의 MSC 인증 이후 수산자원 남획과 바다사자, 돌고래 등의 혼획이 크게 감소하게 되자 직접적인 효과를 확인한 주 자치정부의 수산부를 중심으로 의회, 그리고 수산업협의회(WAFIC, Western Australia Fishing Industry Council)이 협력하여 거버넌스를 만들고 약 1,450만 호주달러(한화 약 130억 원)를 마련하여 서호주 전체 MSC 도입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당시 서호주 내부적으로는 어업활동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해 어업인들의 불만이 많았고 정부 소속의 과학자가 조사한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 낮았다. 하지만 MSC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정부는 직접적인 관리비용도 낮출 수 있어서 정부와 어업인 모두에게 환영받는 솔루션이 되었다. 

 

  당시 거버넌스를 이끌던 서호주 정부 농림어업·지역개발부 국장 헤더 브레이포드는 지속가능어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과학(sciecne), 관리(management), 교육(education), 이 세 가지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어업에서 MSC역할 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서호주 정부 헤더 브레이포드 국장   ⓒ서종석

 

 

 

 

  현재는 서호주 뿐 아니라 호주 전 지역 50% 이상의 어업이 MSC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호주 소비자의 80% 이상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선택할 정도로 수산자원과 해양생태계 보전에 대한 인식이 높다. 

 

  서호주에서는 거버넌스 관리하에 정부에서 매년 650만 달러를 투입해 서호주 지역의 모든 어업을 대상으로 MSC 사전심사와 사후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족 자원량을 보다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어족자원 보호, 어업인들의 어획 전략, 생태계 및 서식지 보호 계획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교육을 통해 역량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 이렇게 1차 산업인 어업이 과학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되어야 비즈니스의 영속성이 확보되고 비즈니스의 영속성이 확보되어야지 2차, 3차 나아가 6차 산업으로의 확대가 가능한 것이다. 

 

  서호주의 사례를 통해 이 모든 것의 시작에는 수산자원을 비롯한 지역 공유재를 어떻게 하면 잘 보존하고 지속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협력과 공동의 노력을 위해서는 반드시 투명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이행을 위한 거버넌스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거버넌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MSC와 같은 국제표준과 시스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서종석

 

 

 

 

MSC 해양관리협의회 한국대표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공학박사

 

‘어업의 품격’(2020) 저자

 

영국 에버딘대학교 비즈니스스쿨 Global MBA 졸업

부경대학교 기술경영학 박사, 부산대학교 석사, 고려대학교 학사

 

 

 

 

 

 

 

 

 

 

 

못난이 수산물의 반란

 

  나는 본래 B급이다. A급은 쭉쭉빵빵, 모든 게 잘났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조금 흠이 있거나 약간 모자란 것처럼 보여서다. 규격에서 벗어나 있고, 잘 생기지도 못해 홀대를 받아왔다. 등외품(等外品)이라고 평가절하도 한다. 그런데 그 누가 알았을까? 지금 바야흐로 나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생긴 거는 이상하나 맛과 영양가는 A급과 진배없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나의 진가가 더 드러났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데도 그 이유가 있다. 오죽했으면, 그 흔한 사과를 금사과라고 할까. 어차피 껍질을 벗겨 먹을 건데, 하자가 있으면 어떠하랴! 그렇지 않아도 살기 팍팍한데, 값이 싸면 살림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 하여 지난해부터 B급 농산물이 많이 팔렸다. 나를 전문적으로 내다 파는 온라인 플랫폼까지 생겼다. 그리고 그 바람이 이제 수산물까지  불어 닥쳤다. 

 

 

못난이 농산물 구독 서비스 플랫폼(어글리어스)                                 ⓒ어글리어스 홈페이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못난이 수산물’도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서다. 인어교주해적단은 다리가 잘린 냉동 꽃게, 막이 터진 명란 젓갈 등 B급 상품들을 최대 80%까지 할인해 파는 이벤트를 열었다. SSG닷컴도 ‘못난이 신선식품 기획전’을 개최하면서 B급 수산물을 판매했다. 기획전에서 선보인 못난이 수산물은 국내산 오징어 슬라이스와 아르헨티나산 붉은 새우살 두 가지다. 잡은 과정에서 갈고리 자국이 생기거나 새우 껍질을 벗기는 가공 과정에서 흠집이 난 상품을 한데 모아 정상가보다 30∼40% 가량 싸게 팔았다. 대놓고 못생긴 농수산물만 파는 브랜드도 나왔다. 상품 판매 온라인 플랫폼 11번가의 ‘어글리 러블리’다. 2022년에 등장한 이 브랜드는 농협과 협업을 통해 못난이 농산물을 집중적으로 팔면서 갈치, 고등어 등 크기가 작거나 비늘이 벗겨지는 등 외형에 문제가 있는 B급 생선들과 B급 생선들로 만든 밀키트를 판매한다.1) 

1) 뉴스 1 기사 보도자료 참고하여 재작성

 

 

 

못난이 수산물 플랫폼 기업 일본 피슬레 홈페이지                          ⓒ피슬레 홈페이지

 

 

 

 

밀키트로 승부를 걸다 

 

  일본에서는 못난이 수산물로 밀키트를 만들어 성공 가도를 달리는 기업이 등장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2022년 6월에 이구치 고시 대표가 창업한 피슬레(fishlle)다. 이 회사는 일본 연안에서 잡히는 못난이 수산물(일본에서는 미 이용어<未利用魚, monaitai 등으로 부름>)을 밀키트로 개발해 온라인 플랫폼(www.fishlle.com)을 통해 판매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월 1회씩 제공되는 밀키트 구독 서비스가 핵심이다. 본래 이구치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2018년부터 벤너스라는 회사를 운영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대를 물려가면서 사는 후쿠오카 시가 섬에서 어획한 못난이 생선을 소비자(기업)에게 직송하여 파는 B2B 회사였다. 문제는 2019년 10월부터 시작한 이 사업이 반년도 되지 않아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일본 전역에 확산되면서 그 동안 개척했던 외식업체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피슬레에서 개발한 못난이 수산물 밀키트                                     ⓒ피슬레 홈페이지

 

 

 

 

생각을 바꾸면 통한다

 

   궁하면 통하는 법. 그는 외식산업에서는 당분간 매출을 일으키는 게 힘들다는 판단이 들자 일반 가정으로 타깃을 바꿨다. 생선을 먹고 싶지만, 생선을 손질할 시간도, 기술도 없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맛이 풍부한 반조리 밀키트를 판매하면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리고 이 같은 승부수가 시장에서 통했다. 2020년 6월에 못난이 생선으로 만든 냉동 밀키트 팩을 클라우드 펀딩에 올렸다. 3개월 만에 400명 이상이 밀키트를 구입했다. 신상(新商品)에 대한 소비자의 열띤 반응은 물론 400만엔 가량의 매출 실적도 올렸다. 쾌조의 스타트였던 셈이다. 이 같은 시장 테스트를 거쳐 2021년 6월에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피슬레를 정식으로 론칭했다. 2023년 기준으로 밀키트 정기구독 서비스 등록자가 1만 명을 넘었다. 월간 판매액은 5000만엔 가량, 지금까지 개발한 밀키트 레시피는 30종이다. 피슬레가 지금까지 활용한 못난이 수산물은 모두 131톤이다. 이 회사가 없었다면, 모두 그냥 버려졌을 생선들이다. 못생겼다고 홀대할 게 아니다. 다 제 몫을 한다. 

 

 

피슬레 정기 구독 서비스 요금                               ⓒ피슬레 홈페이지 (2024년 1월 기준)

 

 

 

 

 

 

 최재선

 

()에코트라 오션 랩 

연구개발본부장, 법학박사

 

재미있는 일들특히 바다와 관련된 새로운 트렌드 분석과 바다 기업의 생로병사에 관심이 많다

해양 전문지 『디 오션』, 『오션 테크』, 『환동해 경제학』 등을 공동기획하고, 같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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